예수를 신앙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제자도의 삶을 살아갈 것을 전제로 삼는 이들이다. 때문에 이들의 삶은 이 세상 가운데서 그리 쉬운 삶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이유는 이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정의와 정직과 진실과 공의 등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물론 현 세상 역시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하나님의 세상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이와 같은 속성들이 인간 세상 속에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하나님의 법칙들로 인하여 이 세상이 악의 승리가 아닌 선의 승리로 유지되어 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정의, 정직, 진실, 공의 보다는 자신의 유익과 이익, 거짓과 술수, 탐욕과 이기심 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속성과 죄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 세상의 모습이다. 바로 이와 같은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빛을 발휘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사명이 있기에 세상과 타협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가? 어찌 보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모든 이들의 사명임을 우리는 성경적 세계관을 통해 깨닫게 되어진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이들이 구원받기를 원하시며 나아가 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사명자들로 서기를 원하시는 분이시다.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결국 모든 이들의 사명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결국 이와 같은 사명은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난 이들에게서 적용이 되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은 사명 곧 이 세상에서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성향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매우 협소한 차원에서만 이해해 왔다. 이들은 언제나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그저 '영혼 구원'이라고만 외쳐 댔다. 이들은 세상의 일은 세상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해야 한다는 논지로 늘 이야기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기독교는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그저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에 갇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들만이 마치 우월한 집단인 양 행동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바로 이와 같은 모습이 작금의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물론 모든 한국교회가 이렇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이렇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이제는 한국교회가 좀 더 그리스도인들의 사명 인식, 곧 책임 인식에 대해 넓은 차원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좀 더 성경을 깊이 묵상하고 연구해야 함을 밝히는 바이다. 사실 성경은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성향의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하는 그러한 사상을 우리들에게 전달해 주지 않는다.

 

도리어 성경은 급진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그리스도인의 책임 의식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단 문제는 그 방법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이루어 나아갈 것인지에 해당되어진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폭력과 무력으로 그리스도인의 책임 의식을 수행할 순 없는 이들이다. 이는 절대적으로 성경이 지지하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과연 무엇으로 이 땅 가운데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명(책임) 의식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섬김과 사랑이다. 또한 긍휼과 나눔이다. 바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사명을 감당할 수가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코 쉽지는 않다.

 

즉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쉽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그리스도인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세상의 방식과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구분지어 주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인인 것이다. 때로는 이것이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고, 역겹기 때문에 구역질이 나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을 때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늘 찾아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시금 몸을 추스르고 세상을 섬기고 사랑하기 위해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의 연약함을 아시기 때문에 결코 이와 같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불쌍히 여겨 주시는 분이시다. 때문에 그리스도인인 우리 모두 힘을 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책임) 의식은 어디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의 사회구조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구조는 그저 자연의 일부로서 바꿀 수 없는 구조가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책임 의식으로 인하여 바꾸어 갈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우리들이 몸담은 현 세상의 사회 질서와 구조적인 악의 문제들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요,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명 의식임을 필자는 밝히는 바이다. 이것은 신앙생활의 한 부분이 아니라 신앙 그 자체의 본질로부터 흘러나오는 영성(거룩한 삶)인 것이다.

 

|글/ 김백형 목사